
좋은 글쓰기 4 – 글쓰기 프로그램으로 쉽고 깔끔한 글쓰기
좋은 글이란 어떤 글인가요? 특히 그중에서도 좋은 블로그 글이란 어떤 것일까요? 아무래도 깔끔하고 읽기 쉬운 글이겠죠. 이는 단순히 맞춤법을 지키는 것을 넘어, 모니터로 글을 읽는 독자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종이 글과 달리 블로그 글은 작은 글씨와 빽빽한 문단만으로도 독자를 숨 막히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적절한 활자 크기, 행간, 그리고 중요한 내용을 굵은 글씨와 소제목으로 강조하는 ‘가독성’이 필수입니다.
1. 좋은 글쓰기 습관, 글쓰기 프로그램으로 만든다
이런 ‘가독성’ 높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그 답을 글쓰기 습관과 도구의 올바른 역할 분담에서 찾았습니다.
‘활자 크기’나 ‘행간’ 같은 시각적인 부분은 블로그 테마(CSS)가 담당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테마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 소제목이나 문단 구분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죠.
글쓰기 프로그램은 바로 이 ‘구조화’ 작업을 가장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글을 쓸 때 가장 좋지 않은 습관은 ‘무심코 발행 단추를 눌러버리는 것’입니다.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글을 발행하면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가독성이 떨어져 독자를 놓치기 쉽죠.
글쓰기 프로그램은 이 몹쓸 습관을 고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다음과 같은 이점을 누리며 자연스럽게 좋은 글쓰기 습관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가. 무심코 발행하지 않게 됩니다
글쓰기 프로그램은 ‘발행’ 대신 ‘저장’을 하게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글을 한 번 더 살펴보는 ‘퇴고’의 시간을 갖게 되죠. 이 퇴고야말로 문단을 나누고, 소제목을 추가하고, 오타를 잡는 등 글의 가독성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나. 인터넷의 유혹을 덜 받습니다
블로그 에디터는 다른 알림이나 광고, 참고 자료를 찾다 빠져드는 웹서핑의 유혹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글쓰기 프로그램은 오롯이 글쓰기만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여, 본질적인 내용과 글의 구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다. 체계적 관리가 가능합니다
내 컴퓨터에 원본 파일을 직접 저장하므로, 블로그 서버에 문제가 생겨도 글을 잃을 걱정이 없습니다. 파일과 폴더를 이용해 블로그 글들을 일목요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2. 그동안 활용했던 글쓰기 프로그램
이런 장점들을 누리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사용해 봤습니다.
가. Scrivener(스크리브너)
책이나 논문처럼 긴 글을 체계적으로 쓰기에 최적화된 앱입니다. 자료 창고(바인더)에 참고 자료들을 끌어다 놓고 글의 구조를 짜는 강력한 기능에 매료되었죠. 블로그 글을 연도별, 월별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나. WriteMonkey(라이트몽키)
USB에 담아 다니며 설치 없이 어디서든 쓸 수 있는 독특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공용 컴퓨터를 쓸 일이 많았기에, 이런 ‘휴대성’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죠.
다. Day One(데이원)
일기 앱이었지만, 깔끔한 마크다운 글쓰기와 아이폰, 맥북 간의 편리한 동기화 기능이 블로그 글쓰기에 딱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쓸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라. MOU 등 다양한 마크다운 편집기
마크다운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MOU, MD 등 다양한 마크다운 편집기를 사용해 글을 썼습니다. 특히 블로그 글은 헤딩이나 볼드체, 이탤릭체 등 서식뿐 아니라, 링크를 첨부할 때가 많습니다. 마크다운을 쓰면 마우스를 사용하기 위해 키보드에서 손을 뗄 필요 없어 정말 편리합니다. 지금 이 글도 타이포라를 사용해 마크다운으로 쓰고 있습니다.
마. 올인원 생산성 도구
에버노트나 노션 같은 올인원 생산성 도구도 즐겨 사용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의 생산성 도구로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메모, 위키, 데이터베이스 기능을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앱도 있지만,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웹으로 앱 설치 없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에버노트를 처음 접했을 땐 정말 신세계였죠. 하지만 노트가 중복 생성 되는 오류 라든지, 노트가 쌓이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문제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유료화 문제가 더해지면서 오히려 무료 플랜을 확장해 버린 노션으로 갈아타게 되었죠.
노션은 특히 데이터베이스 기능이 강력합니다. 독서나 영화 감상을 기록하거나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아주 좋습니다. 저도 작년에 노션과 구글 지도로 여행 계획을 짜서 도쿄를 다녀왔는데, 정말 편리했습니다.
3. 지금 가장 잘 쓰는 앱은?
2013년, 글쓰기 도구로 글을 쓰자는 글을 쓰고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유료, 무료를 가리지 않고 정말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중에서 지금까지 계속 이용하고 있는 것은 2019년부터 쓰기 시작한 타이포라입니다.
가. 마크다운 지원
스크리브너는 훌륭했지만, 마크다운을 지원하지 않아 제목이나 서식 지정을 위해 매번 마우스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키보드에서 손이 떨어지면서 글쓰기 흐름이 끊기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물론 가격 대비 생산성도 문제였습니다. 블로그 글을 쓰기엔 좀 과했죠. 따라서 유료화 되었지만 가성비 있고 편리한 타이포라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나. 구독 모델 확산
Ulysses는 UI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글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어 구입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 구독제로 바뀌어 버렸죠.
Day One은 정말 마음에 드는 앱이었습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기기를 가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데다, UI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는 journaling에 특화된 앱이라 개인 일기장으로 쓰고 있었는데, 날짜별로 차곡차곡 쌓이는 게 마음에 들어 블로그 도구로도 사용했죠. 하지만 구독제로 바뀌면서 접었습니다. 1년에 34불씩 쓰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되었거든요.
다. 휴대성의 의미 변화
앞서 언급한 라이트 몽키는 USB에 넣어 휴대할 수 있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한 도구가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PC방이나 공용 컴퓨터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작용했지요. 하지만 이제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했습니다. WriteMonkey의 ‘휴대성’은 더 이상 매력적인 장점이 아니게 된 것이죠.
맺는말
2013년, ‘글쓰기 프로그램으로 글을 쓰자!‘는 글을 쓸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이 등장하고 또 사라질 줄은 몰랐습니다. 한때 최고의 장점이었던 ‘USB 휴대성’은 클라우드 시대에 퇴색되었고, 편리했던 유료 앱들은 구독 모델로 바뀌어 저를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제가 정착한 곳은 결국 타이포라였습니다. 기기 간 동기화의 편리함보다는 타이포라가 주는 ‘내 글의 소유권을 온전히 갖는다는 안정감’과 ‘오롯이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택했습니다. 저에게는 수많은 기능이 담긴 올인원 도구보다, 글쓰기의 본질에 충실한 단순한 도구가 더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물론, 제가 최고의 도구라고 생각하는 타이포라가 여러분에게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더 마음에 드는 도구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도구를 무작정 따라 쓰는 것보다는, 각자에게 맞는 글쓰기 습관과 철학을 먼저 세우는 것, 그리고 그 철학을 실현해 줄 도구를 찾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깔끔하고 쉽게 글쓰기’를 위한 여정에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께서 쓰고 계신 글쓰기 도구는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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