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로 그리기

만년필로 그리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참 재미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심심하게 느껴질 때, 혹은 카페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에도, 그림만큼 좋은 친구가 또 있을까요? 공책이나 빈 종이, 수첩 하나에 연필만 들고 있어도 시간은 어느새 휙 지나가고, 마치고 나면 왠지 모를 뿌듯함이 남습니다. 그림은 그런 기쁨을 주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연필로 그림을 시작하게 됩니다. 지울 수 있어서 부담이 적기 때문이죠. 그러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지우지 않고 선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펜으로 그리고 싶어지게 됩니다. 필압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달라지는 펜은 정말 매력적인 도구예요.

하지만 전문 펜은 휴대가 불편하고 어느 정도 숙련이 필요해 쉽게 도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만년필을 사용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만년필은 잉크만 보충하면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고, 휴대성도 뛰어납니다. 부담 없는 가격의 제품도 많고, 잉크는 보통 3~4천 원대 한 병으로 오래 쓸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합니다. 또한 윈저&뉴튼처럼 방수 잉크를 사용하면, 펜선 위에 수채 물감을 더하는 작업도 가능합니다.


만년필로 그린 그림들

● 보고 그리기 1

만년필로 그리기 라테킹 고양이

맨 위의 고양이 그림은 제가 자주 가던 카페 라테 킹의 캐릭터입니다. 카페 진동벨 위에 있던 그림을 보고 그렸어요.

아래 물고기 그림은 조선시대 분청사기에 그려진 그림에서 일부를 옮겨본 것입니다. 전체가 아닌 일부만 보고 그리면 부담도 덜하고,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만년필로 그리기 분청사기 물고기

● 보고 그리기 2

만년필로 그리기 잉크병

전형적인 정물화처럼, 눈앞의 사물을 보면서 그린 그림입니다. 직접 대상을 보고 그리기도 하고, 미리 찍어 둔 사진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색은 붓으로 채색할 수도 있고, 선만으로 완성해도 충분히 멋스러워요.

● 생각, 느낌 그리기

만년필로 그리기 해바라기
만년필로 그리기 코끼리

해바라기와 그 아래 코끼리는 단순한 모양 하나에서 시작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패턴처럼 채워넣은 그림입니다. 처음엔 낙서처럼 시작해도, 나중에는 하나의 작품이 되곤 해요.

● 그림일기

만년필로 그리기 그림일기

맨 아래 곰돌이 그림은 색연필로 색을 입힌 그림일기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그날 기억에 남았던 일이나 생각을 함께 적어두면 나만의 작은 기록이 완성됩니다.


만년필로 그리는 일은 연필이나 다른 펜으로 그릴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삭삭- 종이를 스치는 소리를 들으며 선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집중하게 되고 마음도 차분해져요.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책상 서랍을 한 번 열어보세요. 오랫동안 쉬고 있었던 만년필이 그곳 어딘가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만년필에 방수 잉크를 사용하셨다면, 사용 후에는 남은 잉크를 빼고 깨끗이 씻어 보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은 일반 잉크와 비슷한 수준이에요.


2014. 5. 29. 하루일기에 포스팅했던 것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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