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으로 그린 개와 고양이 (2024. 11.)
지난번에 옛날 공책에 담긴 그림들을 소개한 적이 있다. 한동안 그 공책을 잊고 지내다 다시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이었다.
펜으로 귀여운 것들을 그려봤는데, 역시 가장 귀여운 것은 개와 고양이인 것 같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개는 어릴 때부터 키워 익숙한데, 고양이는 그렇지 못하다. 흔히 개와 고양이의 언어는 다르다고 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정말 그렇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고양이를 잠깐 맡았던 적이 있다. 정말 좋았다. 빨리 친해지고 싶어 다가갔지만, 돌아온 건 위협과 작은 폭력이었다. ㅎㅎ 돌이켜보면, 나는 강아지에게 하듯 다가갔고, 고양이는 그걸 도발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나중에 중학생이 되면서는 그걸 깨닫고 이쁘다고 덥석 다가가지 않았다. 모른 척 조용히 기다려줬다. 그러자 고양이가 먼저 내게 좋다고 다가왔다. 서로의 언어를 배우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이 공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간단한 선으로 캐릭터처럼 그리기‘. 하지만 버릇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다 보면 자꾸 선을 더하고 또 더하게 된다. 아래 그림처럼.

고양이가 그리다 보니 너무나 용맹스러워졌다. 이건 거의 삵.

이런 그림들은 잡지나 편화집, 그리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을 보고 따라 그렸다. 실제로 집에 개나 고양이가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나중에 은퇴해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하게 되면 그때 키워야지’ 했지만, 실제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은퇴는 했지만, 아파트를 떠날 수 없는 것.
많은 사람들이 은퇴하면 조용한 시골이나 교외에서 유유자적 살기를 꿈꾼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꿈일 뿐. 현실은 다르다. 나이가 들수록 행동반경은 좁아지고, 힘도 떨어진다. 운전도 점점 위험해진다. 그러니 걸어갈 수 있는 곳에 필요한 것들이 다 있는 게 좋다. 집 규모도 자기가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이어야 한다. 짐도 집도 줄여야 한다.
그러니 결국 아파트를 떠날 수는 없고, 개나 고양이를 키우기도 어려워졌다. 짐승에겐 마당이 있어야 한다. 집에서 얌전히 있던 아이들이 밖에서 달리는 모습을 본 적 있나. 그런 아이들을 아파트에 가둬 키우는 건 참 못 할 짓이다. 그러니 랜선 집사로 만족하고, 이렇게 그림이나 그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