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비노니의 아다지오, 그리고 뜻밖의 진짜 작곡가
11월에 들어서면서 알비노니 음악을 무척 자주 듣고 있다. 어제, 오늘은 알비노니의 오보에 협주곡과 아다지오 G단조를 듣고 있다. 늦가을, 어쩐지 비감미를 느끼게 만드는 계절 탓일까? 정신 없이 바쁜 일상 가운데 감성 충만한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중에서도 아다지오 G단조는 들을 때마다 마치 안개처럼 잔잔하게 번지는 슬픔이 있다. 슬프지만 아름답고, 서늘하지만 따뜻한 — 그런 모순된 감정이 머물게 만든다.

그런데 이 감미로운 곡,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Adagio in G minor)’는 실은 알비노니의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알비노니를 연구했던 20세기 음악학자 레모 지아조토(Remo Giazotto)의 작품이라니!
그의 주장에 의하면, “알비노니의 교회 소나타 느린 악장 일부”를 담은 필사본을 발견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필사본을 공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해당 자료는 어떤 공식 기록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 이 곡은 사실상 자조토의 창작곡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내게 알비노니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한 작품이 이 아다지오 G단조였는데, 그것이 알비노니의 곡이 아니라 200년 뒤의 전혀 다른 사람이 작곡한 것이라니. 세상은 무척 재미나다. 아마 판타지 소설가라면 이걸 소재로 회빙환 한 편을 쓸 수도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이렇게 훌륭한 실력을 갖고도 사기꾼 소리를 듣게 되다니, 안타깝기도 하다. 자조토는 어떤 생각으로 자식같은 자기 작품을 자기 이름이 아닌 알비노니의 이름으로 발표했을까.
자기 이름으로 발표해 그대로 묻히게 하느니, 알비노니의 이름으로라도 빛을 보게 하고 싶었던 것이었을까. 그의 그런 뻐꾸기 탁란 같은 행위 덕분에 내가,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의 이 작품을 듣고 감동을 받을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알비노니 이름이 아니었어도. 충분히 큰 울림을 주는 곡이었는데.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처절했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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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3. 11. 24. 하루일기에 포스팅했던 글입니다. 다시 정리해 하루페이퍼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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