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vs 애플 개인정보 문제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의 편리함 뒤에 어떤 대가가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른 아침,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시간에 Chet Baker의 ‘I fall in love too easily’를 틀어놓고 책을 읽었습니다. 조용하고 평온한, 정말 좋은 시간이었죠. 그런데 다음에 나오는 노래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플레이리스트 영상이라면 보통 트랙 리스트가 함께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불편함과 함께 한 가지 질문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왜 어떤 서비스는 이렇게까지 편리하고, 어떤 서비스는 그렇지 않을까요?
이 글은 이른 아침 쳇 베이커의 음악을 찾는 작은 편리함에서 출발해,
구글과 애플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사용하는 방식의 차이,
그리고 그 이면에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는 글입니다.

1. 쳇 베이커를 찾다 마주친 데이터 거인의 민낯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유튜브로 Chet Baker의 ‘I fall in love too easily’를 들으며 책을 읽었습니다. 조용하고 평온한, 정말 좋은 시간이었죠.
그런데 한참 듣다 보니, 지금 흘러나오는 이 노래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플레이리스트 영상이라면 트랙 리스트가 함께 나오지만, 그렇지 않으니 확인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샤잠으로 노래를 검색해봤습니다. 예전에는 참 편리하게 쓰던 기능이었는데, 지금은 애플 뮤직과 연결되어 있어 오히려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구글 앱을 다시 설치해 음악을 찾아봤습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편리했습니다. 바로 유튜브로 연결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앱스토어에서 구글 앱이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을 보는 순간, 방금까지 느꼈던 편리함이 한순간에 불편함으로 바뀌었습니다.
2. 구글의 본업은 역시 광고
사용자에게 연결된 데이터 : ‘다음 데이터가 수집되어 신원에 연결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 다음으로 무려 12가지나 되는 데이터 목록이 뜹니다. 어떤 데이터가 포함되는 지 알아볼까요? 구입 항목, 재무 정보, 위치, 연락처 정보, 연락처, 사용자 콘텐츠, 검색 기록, 방문 기록, 식별자, 사용 데이터, 진단, 기타 데이터. 이렇게 12가지입니다. 기타 데이터라고 했으니 어떤 데이터가 들어가는지 몰라도 12가지가 넘을 수도 있겠습니다.
왜 이렇게 갖가지 많은 데이터가 필요한 걸까요?
그것은 구글의 본업이 광고라는 점을 알고 있어야 이해하기 쉬우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생각에 구글은 곧 검색을 의미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 종이 신문이 정보전달을 위해 각종 기사를 싣는 것 같지만, 실은 광고를 올리기 위한 장치인 것처럼 구글 역시 그렇다는 뜻입니다. 수익형 블로그라면 어디까지나 광고를 염두에 두고 글을 써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가. 데이터라는 구슬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과정
예를 들어 아까 제가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음악을 찾을 때, 구글의 노래 인식은 신문이 독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기사에 해당됩니다. 이걸 미끼로 사용자의 취향, 생활 패턴 등을 수집해 광고주가 가장 선호하는 형태의 ‘정교한 타겟 리스트’로 가공해 제공하는 거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습니다. 낱낱의 데이터는 그저 굴러다니는 구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쳇 베이커를 좋아함’, ‘강남구 거주’, ‘고급 오디오 검색’, ‘이러이러한 유료 앱 구독 및 결제’한 사람이란 걸 꿰어 만든 데이터는 광고주에 있어 그 가치가 수백배 차이납니다.
이 구슬과 구슬을 꿰어 만든 장신구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그래서 구글은 자기 생태계 안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끊임없이 편리함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 편리함은 촘촘한 그물망이 되어 우리를 가두게 됩니다. 네이버가 가두리 양식장이라는 말을 듣지만, 데이터 수집의 정교함만 놓고 보면 구글은 훨씬 더 깊은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나. 구글 vs 애플의 결정적 차이 : 연락처와 방문 기록
또 이런 샤잠 앱과 구글 앱의 차이는 애플과 구글의 차이로도 이어집니다. 샤잠이 수집하는 개인정보는 구입 항목, 위치, 식별자, 사용 데이터, 진단, 기타 데이터로 6가지입니다. 구글 앱과 비교해 절반입니다. 물론 결제는 애플 뮤직에서 이루어고, 애플뮤직은 구입 항목, 재무 정보, 위치, 연락처 정보, 사용자 콘텐츠, 검색 기록, 식별자, 사용 데이터 ,진단, 기타 데이터 같은 10가지 데이터를 가져갑니다. 그런데 2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연락처와 방문 기록입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연락처 정보(Contact Info) vs 연락처(Contacts):
연락처 정보와 연락처는 어떻게 다를까요? 연락처 정보는 사용자 본인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등 결제나 계정 확인을 위한 정보를 말합니다.
이에 비해 연락처는 사용자의 기기에 저장되어 있는 타인의 정보 전체를 말하죠. 내 연락처를 가져가겠다는 것은 나를 통해 내 주변 지인들의 네트워크 지도(social graph)를 그리겠다는 거죠. 다시 말해, 나뿐 아니라 내 친구와 가족, 친척들의 성향까지 꿰어 보겠다는 확장형 채굴입니다.
방문기록(Browsing Histyrly)
음악 검색 기록은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알기 위한 필수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방문기록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파리나 다른 곳에서 무엇을 보고다녔는지, 내가 어떤 정치성향을 가졌는지, 어떤 질병을 검색했는지, 심리 상태가 어떤지 낱낱이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이며,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생각의 지도를 그릴 수 있습니다. 구슬을 꿰는 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실이 바로 이 방문 기록입니다.
연락처와 방문기록을 수집 데이터 목록에 넣었느냐 아니면 뺐느냐가 아까 말한 구글과 애플의 차이를 말해줍니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며 데이터 수집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의 개인정보 정책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Apple 개인정보 정책 보기
3. 애플의 본업은 하드웨어 판매
앞서 구글의 본업은 광고에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 애플의 본업은 역시 하드웨어 판매입니다. 좀 더 넓히면 기기와 그 기기 안에서 돌아가는 구독 서비스 판매라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우리 기기는 비싸지만, 대신 당신의 정보를 누구에게도 팔지 않습니다’는 약속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됩니다.
하지만 구글은 광고를 팝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데이터를 팝니다. 누구에게 파나요? 바로 광고주에게 팝니다. 그럼 어떤 데이터를 파는 건가요? 바로 우리 사용자의 데이터입니다. 애플이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글은 무료로 제공하고, 거기서 캐낸 데이터로 광고주로부터 돈을 벌게 됩니다. 고객이 고객이 아니라 원재료(raw material)가 되는 셈입니다.
이제 애플이 왜 연락처나 방문 기록을 수집하지 않는지, 구글이 왜 그 두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비유로 말하자면, 애플 기기를 쓸 때, 비싼 값을 지불하고 단독주택을 구입하는 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유지비는 들지만 사생활은 보호 받죠. 구글 기기를 쓴다면? 무료로 공연을 보는 관객인 동시에 내 일상 역시 광고주가 볼 수 있는 진열 상품이 됩니다.
애플도 보안이 완벽하진 않다는 비판의 역설
그런데 종종 ‘애플의 보안도 뚫린다, 완전하지 않다’는 기사가 눈에 뜨입니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애플이 보안의 표준(Standard)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안드로이드의 보안 취약점은 너무 자주 발생하여 오히려 뉴스 가치가 떨어지지만, 애플의 작은 틈새는 전 세계적인 뉴스가 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애플이 가장 안전한 선택지”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줍니다.
어떤 시스템도 완벽할 순 없습니다. 제로데이 공격이나 고도의 해킹 앞에서는 애플의 성벽도 흔들립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기업의 의도입니다. 애플은 시스템 오류로 정보가 ‘샐’ 수는 있어도, 구글처럼 비즈니스를 위해 정보를 ‘꺼내서 팔지는’ 않습니다.
“너무 믿지 마라”는 기사는 주로 기술적 결함을 경고하지만, 사용자님이 지적하신 비즈니스 모델에 의한 정보 수집은 결함이 아니라 구글의 ‘설계’ 그 자체입니다.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결국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메신저 하나만 봐도 그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납니다.
▶ 텔레그램 vs 시그널 – 어떤 메신저가 더 안전할까
4.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렇습니다. 2000년경 구글이 기업 공개를 앞두고 정립한 아주 유명한 모토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데이터 채굴’과 ‘프라이버시’ 관점에서 보면, 이 모토의 변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상징적으로 다가오네요.
2000~2015년 : 2015년까지, 구글은 자신들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사용자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으로 이 모토를 내세웠습니다. “우리는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자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선언이었죠.
2015~2018년 : 구글이 지주회사인 ‘알파벳’ 체제로 개편되면서, 공식 행동강령에서 Don’t be Evil은 ‘Do the Right Thing(옳은 일을 하라)’로 대체되었습니다.
2018~현재 : 2018년부터는 Do the Right Thing이라는 문구조차 사라졌습니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구글이 더 이상 프라이버시와 이익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기로 한 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는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특히 공용 와이파이를 아무 설정 없이 사용하는 경우, 생각보다 쉽게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습니다.
▶ 공용 와이파이 위험 : VPN 없인 내 정보 다 털립니다!
맺는말
초창기 구글의 간결함에 매료되어 모든 일을 구글로 처리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의 잦은 철회와 데이터 수집 정책을 지켜본 뒤에는 구글 의존도를 줄여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지메일 하나만 이용하고 있죠. 구글이 말하는 ‘옳은 일’이 광고주의 수익 극대화라면, 그 과정에서 파헤쳐지는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누가 보호해 줄까요? 우리가 누리는 ‘무료’와 ‘편리함’의 진짜 가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아침입니다.
[필수 고지 사항] 이 정보는 글 작성 시점의 정책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세부사항은 언제든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을 위한 전문적인 법률, 의료 또는 재무적 조언이 아님을 밝힙니다. 최종 결정 전 반드시 전문가 상담 및 공식 소스를 통한 최신 정보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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