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아마존까지 – 만두의 기원을 따라가 본 인류의 발자취

터키에서 아마존까지 – 만두의 기원을 따라가 본 인류의 발자취

전 만두 킬러입니다. 지금도 잘 먹지만 한창 먹보였던 성장기에는 설에 집에서 빚는 손만두를 서른 개씩 먹을 정도였죠. 떡국에 만두만 골라 먹다 꾸중을 들은 적도 많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만두 종류도 많고, 만두로 만든 음식도 많지만, 역시 만두 하면 겨울에 먹는 뜨끈한 만둣국에 그 상징성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터키에서 아마존까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인류에게 사랑받는 이 음식의 뿌리는 어디일까요? 오늘 그 만두의 기원을 따라 인류의 발자취를 훑어보려고 합니다.

1. 세계 각국의 만두

어려서 처음 만두를 접하게 된 것은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설날에 먹는 떡만둣국이었습니다. 그러다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여러가지 만두를 알게 되었고, 더 커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 같은 이웃 나라 사람들도 만두를 먹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만두처럼 반달 모양으로 접어 빚는 교자, 두꺼운 피로 감싸듯 소를 품어 만드는 포자, 이름은 같지만 속을 따로 넣지 않고 그저 밀가루 반죽 덩어리뿐인 만두, 앙증맞은 장난감 같은 귀엽고 예쁜 딤섬 등등 말이죠. 그래서 전 만두가 동북아시아의 음식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터키에서 아마존까지 - 만두의 기원을 따라가 본 인류의 발자취 - 라비올리
라비올리@피크릴

그러던 어느 날, 미드에서 라비올리(ravioli)라는 음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오래되어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드라마였는데, 얇은 반죽 사이에 속을 넣고 가장자리를 포크로 꼭꼭 눌러 만드는 걸 보고 ‘이거 만두아니야? 서양에도 만두가 있네!’ 하고 깜짝 놀랐었죠.

이렇게 지구 반대편이라고 할 정도로 서로 멀리 떨어진 이탈리아에서도 만두를 즐기다니요. 그런데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나중에 만두에 대해 조사를 하다보니, 전 세계에 만두가 없는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터키(만티)나 우즈베키스탄(만투), 한국(만두), 일본(만주), 중국(만터우)은 이름마저 흡사해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그럼, 세계 각국의 만두 이름을 살짝 알아볼까요?

가. 중앙아시아 및 중동

가장 원형에 가까운 이름들로, 유라시아 초원길을 따라 이동한 기마민족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 터키 – 만티 (Mantı)
  • 아프가니스탄/우즈베키스탄 – 만투 (Mantu)
터키에서 아마존까지 - 만두의 기원을 따라가 본 인류의 발자취 - 만티/우즈벡
우즈벡의 만투 @위키미디어

나. 동아시아

  • 몽골 – 보즈 (Buuz) / 반시 (Bansh): ‘반시’는 ‘만티’의 음운 변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몽골 제국이 유라시아를 정복하며 이 문화를 다시 전파했습니다.
  • 한국 – 만두 (Mandu)
  • 일본 – 만쥬 (Manju) – 달콤한 소를 넣은 간식 형태로 정착했습니다.
  • 중국 – 만터우 (Mantou): 과거에는 소가 든 만두를 뜻했으나, 현대에는 속이 없는 찐빵을 의미합니다. 속이 든 것은 ‘바오쯔(Baozi 포자)’나 ‘쟈오쯔(Jiaozi 교자)’로 분화되었습니다.

다. 북방 및 동유럽

추운 지방으로 이동하며 보존성과 이동성을 강조한 형태입니다.

  • 러시아 – 펠메니 (Pelmeni) – 몽골군이 시베리아를 거쳐 전한 것으로 보이며, 추운 날씨에 얼려두고 먹기 좋게 발전했습니다
  • 폴란드 – 피로기 (Pierogi) – 중앙아시아의 만두 문화가 동유럽으로 넘어가며 현지화된 이름입니다
  • 조지아 – 킨칼리 (Khinkali) – 몽골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육즙이 가득한 만두입니다.

라. 히말라야 및 남방

  • 티베트/네팔/인도 북부 – 모모 (Momo) – 히말라야산맥을 따라 전파된 이름으로 ‘만두’와 발음이 매우 흡사합니다.
  • 이란 – 삼보사 (Sambosa) – ‘삼각형 모양의 반죽’이라는 뜻으로, 이후 인도 사모사의 기원이 됩니다.
  • 인도 – 사모사 (Samosa): 중동의 ‘삼보사’가 전해져 튀긴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터키에서 아마존까지 - 만두의 기원을 따라가 본 인류의 발자취 - 사모사
인도의 사모사 @로보플로우

마. 아프리카

중동의 ‘삼보사’가 홍해를 건너 동아프리카로, 혹은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을 따라 전파되었습니다.

  • 에티오피아/소말리아 – 삼부사(Sambusa): 이름만 들어도 중동의 ‘삼보사’와 형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뿔 지역의 대표적인 간식입니다.
  • 북아프리카(튀니지/알제리) – 브릭(Brik): 아주 얇은 피에 계란과 참치 등을 넣어 튀긴 만두의 변형입니다.

바. 유럽

중앙아시아의 ‘만투’가 서쪽으로 이동하며 현지의 재료(밀가루, 치즈)와 결합했습니다.

  • 이탈리아 – 라비올리(Ravioli): 파스타 반죽 사이에 소를 채운 형태입니다.
  • 독일 – 마울타셴(Maultaschen): ‘입 주머니’라는 뜻으로, 수도사들이 금식 기간에 고기를 숨겨 먹기 위해 만두 형태로 만들었다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습니다.
  • 영국 – 패스티(Pasty): 광부들이 손으로 잡고 먹기 편하도록 피를 두꺼운 매듭 형태로 만든 만두입니다.

사. 아메리카

  • 아메리카(호피족) – 소미바키 (Somiviki): 베링 해협을 건너간 고대 인류가 남긴 ‘감싸서 찌는 요리’의 흔적입니다.
  • 남미 – 엠파나다 (Empanada): 스페인을 거쳐 전해진 만두류로, ‘빵(Pan)으로 감싸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터키에서 아마존까지 - 만두의 기원을 따라가 본 인류의 발자취- 엠파나다
남미의 엠파나다@위키미디어

2. 만두의 기원과 전파

이런 만두 목록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어떤 패턴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패턴과 거기서 유추해 낼 수 있는 것들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만두라는 이름은 터키에서 시작해 동아시아로 뻗어나갔다
  2. 고대 터키(히타이트 제국)의 남동부 카라카다그 산맥은 전 세계 모든 밀의 조상인 에머 밀과 일립계 밀의 발상지였다. 따라서 제분, 발효 기술이 발달했으며, 만두피도 밀가루 반죽을 사용했다.
  3. 북쪽으로 전해진 만두는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동쪽을 향한 1세대에겐 이 이름이 더 강하게 남아있다.
  4. 이들에게 있어 만두는 보존성과 휴대성이 좋은 식량이었다. (염장하거나 말린 고기를 밀가루 반죽으로 밀봉, 차고 건조한 기후로 건조와 냉동>> 휴대와 이동이 용이)
  5. 당시 육지였던 베링해를 건너간 인류는 아메리카에서도 만두를 만들어 먹었다.
  6. 밀 농사가 늦게 전파되거나 제분 기술, 경제 여건이 따르지 않은 지역에선 만두 발달이 늦거나, 현지에 맞는 다른 곡류(옥수수 등)나 재료(생선 살)로 대체 되었다.
  7. 더 늦게 전해진 만두 2, 3세대는 만두라는 이름의 원형보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8. 북쪽에서 만두가 보존, 생존 식량에 가까운 개념으로 발달했다면, 남쪽에선 미식의 영역으로 들어가 발전했다.
구분북방(1세대/생존형)남방(2, 3세대/미식형)
주요 목적장기 보존 및 이동 중 에너지 보급맛의 다양성과 식감의 즐거움
재료 대체옥수수 등 현지 곡물 활용 (제분 기술 미비 시)생선살, 채소 등 신선 재료 중심
명칭 변화만두(Mandu) 원형 유지 성향현지어와 결합된 다양한 변형 명칭
진화 방향투박하지만 고열량, 고보존성딤섬 등 작고 화려한 조리법으로 발전

맺는말

오늘 알아본 만두의 기원, 어떠셨나요? 아마도 맨 처음 고대 터키 아라라트 지역에서 시작되었을 만두. 척박한 환경에서 건조되고 냉동된 만두를 말안장에 넣고 대륙을 동으로 가로지르는 유목민과 전사들, 얼어붙은 베링해를 건너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 밀 대신 옥수숫가루로 만두피를 만들어 먹던 사람들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연상되지 않나요?

우리가 오늘 무심코 베어 문 만두 한 알에는, 수천 년 전 인류가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며 걸어온 위대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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